20150528

lifelog 2015. 5. 28. 19:27


1.

떠나는 마음을 이해했다.


S의 말처럼 성악설이 맞다면 나는 사회속에서 적응하며 사느라 인류애 코스프레 중인 것인가...


지난해 이맘때쯤 읽었던 시나리오가 기억이 났다.

 '본능과 이성이 동시에 동작하기 때문인거지.. '

그런 시나리오를 거절하다니, 보는 눈이 없었던 게지.

명문장이었구나.

영화판엔 기웃거리지 않는게 좋겠다, 이런 감각으론 들어먹지 싶다.


꽤 잘 참고 지나쳐 가고 있다고 믿는다.



2.

뉴욕에 가면서 대한항공을 타기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출국게이트가 17번이었다. 

갖다 붙이기로 치자면 들어맞지 않는 것이 없다.

모두 517.

그러니 모두 망상일 뿐이다.

이 망상마져 죄책감이 든다.

지금 이 마음은 지난해의 데자뷰인가, 벌 받고 있는 것 같다.



3.

뉴욕의 삶은 여전히 분주해 보인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봐야하는데, 자꾸만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내 삶을 관람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어제 하루에만 20여명이 넘는 사람을 만났다.

친구들을 제외한 처음 만났던 회사 사람들은..

나의 어눌한 언어에 호감을 보이는 것 같진 않고,, 그럼 나의 깜찍한 외모에 호감을?;;; 

힘든 하루, 자기 위안이 필요하다. ㅡㅡ;

지난해 잠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는지라 아주 낯설지는 않기에 액티브함을 지킬 수 있었다.



4.

사생활 공유를 싫어해서 그 흔한 SNS도 안하면서 

이렇게 공개된 페이지에 이런저런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 놓는 이유는

소통을 일방통행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한국 전화는 한국에 놓고 왔다.

그렇게 놓고 온 것이 많다.



6.

친구에게 큰일이 생겼는데 위로를 전해야 할 제 시간을 놓쳐버렸다.

그 뒤 며칠 사이 나는 바다를 건너 와 버렸고, 그녀에겐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인가.



7.

컨트랙에 싸인할 당시와 현재의 환율이 따져보니 40~50원쯤 올랐다.

오늘 날짜로 보니 년단위로 따져 꽁똔 900만원쯤이 생겼다.

뭐할까, 생각했다가 웃었다. 웰컴 투 쩐의 전쟁.

언젠가 잃을 수도 있다.



8.

아직 출근하지도 않는데 5시에 일어났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그레고리에 커피를 마시러 가든, 크로넛에 줄을 서든, 매트들고 요가 투 더 피플을 하던지.. 나가야겠다.

서울은 저녁먹을 시간일텐데, 나는 아침 먹으러 간다.

딱 며칠 주어진 여유는 오롯이 멍때리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9.

주말에 볼티모어에 다녀올까, 며칠 고민하다가,

몇년 전 어떤 매체에 기고 됬던 글이 떠올랐다.

'지나간 자리는 늘 안타깝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바뀔 것은 없어보인다. 나름의 교훈을 얻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만했구나.


결자해지가 머리속을 빙빙 돌아다닌다.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귀한게 뭔지 나빼고 다 아는 것 같다.



10.

 ┏

   돈이 세상을 흔드는 힘에서 벗어난 곳에 내 자리를 만들어 살고 싶어서 노력한다고 해야할까요?

   당신같이 돈으로 시장을 휘젓고 다닐 이 바닥의 루키도 내 일에 공감한다면 이 일이 정말 설득력 있는건데 하하

   순수하다고 생각해주면 어떻겠습니까?

   나는 당신 마음에 들고 싶은데

                                                                                                             ┛

어제 저녁, 제이슨과 빅, 그리고 빅의 지인과 식사를 했다.

빅의 지인인 뉴욕태생에 LA 실버레이크에 살고 있다는 A는 영화 일을 한다고 했다.

난 명함의 위력을 실감했다.

나를 아는 누구도 내가 금융가의 루키가 될수 있을거라 상상이나 할까?

새삼 깨달았다. 이곳은 낯선곳이고 이들은 나를 모른다.


저녁을 먹고 난 후 따로 술한잔 하자며 A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 

모든 것을 공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 문화에 내가 섞일 수 없는 것이 아님을 이젠 안다.

유대감 정도만 형성해주면 된다.

미국인은 아니지만 난 이제 그들을 알고 있고,

사실 그들의 어떤 자유분방한 면은, 너무 좋아하기도 하니까.


피앙세가 있다고 답했다.



11.

제이슨이 맡았던 소송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들의 성향을 조금 더 잘 유추해 볼 수 있다.

기술침해, 영업기밀유출, 살인사건 등의 무시무시한 소송이 물론 많지만 한국에서라면 '응?'하게 만드는 소송도 꽤 있다.

예를 들면 이런것이다.

편의점에 무장강도가 들었는데 종업원이 그 강도와 몸싸움을 벌여 그를 제압해서 잡아 경찰에 넘겼다.

그런데 나중에 그 종업원은 짤렸다.

이유는 이렇다.

그 편의점 체인에 강도대처 매뉴얼이 있는데 

'안전 최우선'으로 되어 있기에 그 종업원의 몸싸움은 다른 손님까지 위험으로 몰아 넣은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손님중의 한명이 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회사를 고소했다.



12.

하루만에 잘 섞여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몇년전에도 그러했지만 이번에도 제이슨의 도움이 컸다.

뉴욕의 정신없는 삶이 다시 시작되었다.

인생은 역시 타이밍.



13.

이제 새로운 것은 귀찮다고 익숙한 것이 좋다고 말했었는데 시간을 돌려보기로 했다.


근본적으로,

일에 빠져 있는 내 모습을,

무언가에 호기심을 풀어놓는 내 모습을,

많이 사랑하므로.


다음주엔 오랫만에 홍콩에 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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