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lifelog 2015. 6. 3. 12:26


몇해 전 쏟아지는 딩레터를 애써 담담한 척 받으며 결국에는 인비를 받고 인턴 자리를 꿰 찼을 때 조차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다.

심지어 지난해 어씨를 할때도.

나에게 이곳의 IB가 얼마나 비현실적인 사건인건지.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늘 괜찮은 척, 씩씩한 척, 쿨한 척, 아닌 척 하던게 진짜 몸에 배어버린 것 같다.

매번 자신에게 속는다. 마인드콘트롤을 한다기보다 마인드콘트롤을 당한다고 할까.

이래서 습관이란 것이 중요하다, 심지어 지금은 이걸 잘하게 된 것 같으니까.



몇해 전, 리쿠르팅때 'financial 이었어? 하고 싶은게?'라고 켈리가 물었을 때

'아니 그보단 커리큘럼이 괜찮아 보여, 배울게 많을 것 같아.'라고 대답했었는데,

사실대로 말하자면 한발빼고 있었다는 것이 진심이다.

잘 안되면(90% 잘 안될 것 같았다, 인터내셔널에 크로스 서브젝에 신규도 거의 없고 핸디캡이 너무 많아서), '올인하던게 아니라서..'라고 얘기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진짜 간절했던 건 아니다. 사실 이게 뭔지 몰랐으니까. 

간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는 것이 아주 정확한 사실이다.

그러니 이 딜을 받고도 황당하게 홀딩해놓고 한국에서 에디랑 한참 놀았던게지..

그런데 어제, 오늘을 겪고 난 소감은 인턴때와 어씨때랑 완전히 다르다.

이 일이 세상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는 건 지금도 똑같이 생각하지만 여기에 있는 이들은 정말이지 섹시하다.

나도 회사를 오래 다녀봤고 지난해는 특히 각계 각층의 많은 인사를 만나봤지만 단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이런 집단은.

여기 섞여 있다는게 얼마나 비현실적인 건지 깨달아 가고 있다.


오늘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됬어?'

-'그러는 너는?'

'Girls! 대부분의 여자가 이 건물에서 일하는 애인을 원하니까.'

-'하하.. 같은 이유로 해두지.'

'내가 알기론 대부분의 남자는 그런 애인을 원하지 않아. 39번가의 바텐더가 나을걸 -_-'


쏠트커피를 사려고 firm 근처 렉싱턴 애비뉴까지 걸어가면서 나눈 농담 따먹기였지만 

몇해 전 진학을 결정하면서, 에세이를 쓰면서, 수업을 들으면서 하루도 거르지않고 나를 통과해 지나가던 어느 질문이 떠올랐다.

'where should I be?'


나를 들여다보고, 성찰해 보고,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했던 지난 2~3년이 얼마나 가치있었던 시간이었는지 다시 깨달았다.

1년을 10년처럼 점프점프하고 있다고 믿는다.



요즘의 나를 너무 괴롭게 하는 답안나오는 친구 그리고 또 다른 친구와 통화 한 후,

보고싶은 목소리와 통화 한 후에도,

잠이 오지 않아 에디에게 전화했다.

-'쌔 보스는 완벽한 미국 동부식 영어를 구사하는 파란눈의 백인이야. 영화 비긴어게인의 바람난 남친이 생각나는.

 근데 내가 만나는 보스들은 왜 다 바람둥이인거야, 옛날 보스?'

'니가 비긴어게인의 버려진 뉴욕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거 같은데,, 키이나 나이틀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마라. 

그녀는 아티스트고 넌 그 아티스트의 정확히 반대되는 삶을 살러 갔어. 

사랑하는 그대, 언제든 돌아와.'

-'흥'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원하는게 세속적이라는데 있는 것 같다.

남들도 이럴거라고 자위해보지만 문제는 내가 정말 잘 참는다는데 있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잊혀질건 잊혀지고 포기할건 포기하게 만드니까.

이런 불순한 마음을 먹고 있는데도 불구 난 정말 운이 좋다.

이 환상적인 게임에 참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출근 이틀만에 절여진 배추같은 컨디션이 되어 집에 돌아와 짐을 싸는 날 보고 제이슨이 그런다.

'그런 거지같은 스케쥴은 대체 뭐야?'

-'하하하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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